2018. 3. 13. 17:39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봄이 왔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라네/오공
3월6일 꼭두새벽부터 흰 눈이 평펑 내린다.
설국을 꿈꾸며 아쉬운 듯 하얀 세상을 그려내지만
세월의 시계침은 째깍째깍 숨가쁘게
봄에게 추파를 던진다.
겨울 내내 내 마음을 억누르는 앙몽같은 종양이
나를 슬프게 하지만 어떤 세상인데 맥 놓고
있느냐며 등 떠밀려 종양을 제거한 후 환우들이
고통스러워 했던 그 길따라 동참을 한다.
컴에 앉기도 싫었다
건강하게 살려고 전원생활을 택하였는데
슬픔과 좌절이 밀려왔지만 종양과 함께 놀아주는
생활을 택하고 만다.
이 글을 올리는데 꼭 3개월이 걸린다.
감기 조심하느라 밖에 나기기가 싫어졌고
내 초라한 모습과 많은 생각에
내 마음이 황태속처럼 푸석푸석 말라만 가지만
언 땅을 뚫고 새싹도 올라오는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기지개를 켜는데
얼어붙은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 봄기운이 살랑거리며
나를 이르켜 세운다.
백합꽃이 후드러지게 피는 7월까지 항암치료로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꺼이
그 길을 간다.
(대장암수술:2018.1.8.)
우리집 곰순이
겨우내내 이렇게 겨울을 보내는데
집도 싫다며 영하속에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붕을 만들어 주었지만 그것도 싫단다.
동장군을 물리친
자랑스러운 연탄재가
늠늠한 모습으로 봄을 맞이한다.
어디서 왔을까?
까마귀가 전기줄이 늘어지도록 앉아 봄을 만끽하지만
농삿꾼들에겐 눈에 가시처럼 보일 이 놈들 어디서 왔을까?
나비도 용케 봄소식을 전한다
산책하는 내내 나를 호위하듯 맴돌며
봄바람을 부채질한다.
노랑나비도 보았지만 촬영하는덴 실패했다.
뽀송뽀송한 목련의 봉오리 이 모습...
봄은 봄이로소이다.
조금 지나면 하얗게 하얗게 속마음을 들킬라
짙은 향기를 내 뿜으며 꽃잎을 열것이다.
남쪽엔 매화 꽃소식이 전해 오지만
350m인 오지속의 우리집엔
수선화가 겨우 새싹을 내밀고 있다.
봄만 되면 밀려오는 도시인들의
냉이 케는 모습
이 분들이 봄을 한가득 안고 찾아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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