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 19:04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나무에 이끼가 그림을 그리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오공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썩은것들 뒤져먹는 길고양이에게도 먹을 권리를 위해
조금씩 놓아주는 개사료 때문일 것이다.
애들도 서로 소통하는지 아니면 스스로 찾아 오는지 다른 길고양이가
찾아와서 냉큼 먹고는 더 달라고 떼를 쓴다.
길목을 지키는 우리 집 개 곰순이를 따돌리며 고양이들 자기밥그릇으로
들락거리다 보니 골칫거리 쥐들은 보이질 않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닌데
이 아이들 사료가 떨어지면 자기들 마음대로 감춰둔 사료봉투 찾아내
귀퉁이를 뜯어 사료를 꺼내먹는 도둑질로 내 코털을 건드리는데
우리 집 마님 왈 고양이에게 사료를 많이주면 쥐 잡을 생각않고
달랑 사료에만 신경을 쓰니 감질나게 주란다.
맞는 말처럼 그럴싸하게 들리는데 사료를 적게주고 사료봉투를
감춰두지만 이 아이들 봉투를 입으로 꺼내고 찢어서 마음껏
먹고가는 것을 울 마님이 모르니 말이다.
위 사진은 나의 보금자리이고 시골로 내려온지 어언 7년차다.
집 뒤로는 병풍 두른 듯 잣나무가 피톤치드를 맘껏 뿜어내고
앞쪽으로는 옻나무와 오갈피 그리고 헛개나무가 진을 치고
뒤로는 은행나무가 노란잎을 자랑한다.
봄이 오면 친구들 등살에 두릅나무들이 제 명에 못산다고
아우성에 애꿎은 참취만 골라 뜯어가며
친구들은 나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이른봄 새싹을 내미는
두릅을 보러 온다니 두릅보다 못한 내신세야!!!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하나?
올핸 11월 중순에 감을 사다가 매달아 놓으니
맛깔스럽게 익어간다.
3년 전엔 친구부부가 와서 곶감500개를 만들어 놓고
서울 올라갔는데
그 해 하루거리로 비가 오고 날씨는
더워 곶감도 되기 전에 곰팡이로 범벅이 되어
하나도 못 먹고 버린 기억이 난다.
친구야 그땐 나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곰순이다.
자궁축농증을 앓아 새끼를 낳지 못하는
중병을 앓았지만 진돗개의 기개는 버리지 말게나..
아래 위 모두 길고양이다.
이 넘들 말고 몇 마리 더 있는데
위 고양이는 새끼를 낳으면 우리집에 데리고 와
나무 밑에서 훈련시켜 내보낸것 같고
내가 자기들 헤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3m
가까이 접근하면 도망가고 정을 주지 않는다.
엊그제 새끼 낳았는데 또 배가 불러오는걸 보면
더 많은 길고양이가 생겨날텐데
큰일이구나.
마당 한편에 단풍나무가
곱게 다가오지만 울적한 내 마음 전하기 무섭게
슬픈 낙엽으로 훼방을 놓는 겨울이란 놈
대신 첫눈을 선뵌다.
별스런 추억이 생각나지만 감성도 늙어가는지
마음만 빈 겁데기로 남는다.
감 꼭지가 없어 옆구리가 꼭지 역할을 한다.
추리나무에
내리는 눈은 아쉽게도 하루를 못 버티고
일장춘몽으로 끝을 맺는다.
올 겨울 울집을 따듯하게 데워줄 화목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뽀개는 내 솜씨가
과연 조자롱 칼솜씨 같을까?
2017년 12월1일의 수은계
이곳에 와 제일 추었던 때는 영하23도 였는데
그때 비하면 새발의 피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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