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8. 19:14ㆍ아침을 열며
산속을 청소하던 인부들이
달래나무 엉킨 것을 잘라다 걸어놓았나 보다.
요놈한테 걸리면 모든 나무는 객사한다.
절정으로 치닫는 층층나무꽃
크게 확대한 모습
예술가들이 만든 장신구 같다.
산돼지가 지나간 자리에 쓰러져 있지만
그 고운 자태는 어딜가랴.
둥굴레가 나를 보자 방긋 웃는다.
무슨 꽃인지 잘 모르지만
뽀사시하게 피어있고
지칭개라고 하던가?
꽃이름이 일천하여
더듬어 본다.
애기나리라고
왕언니님이 알려준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
두송이가 매달려 있으니
큰애기나리일까?
내 기억을 시험하고 있구나.
가던 날이 장날이라 하던가?
다람쥐가 앞길을 막아서서
내 신분을 확인한다
그래서 나도 인증 샷을 날린다.
아카시아꽃이라 알고 있었지만
"아카시"로 불러 달란다.
첫사랑
지금은 멀리 떠났지만
그녀와의 첫 대면 냄새처럼
달달한 향기가 맴돈다.
배곺았던 시절 소나무순과 찔레순 그리고
아카시꽃으로 배 채우던 모습을
요사이 젊은이들은 알랑가?
이 말을 이해한다면
역사는 바로 설 것이다.
찔레꽃이다.
노래도 좋고 향기도 좋은데
표독한 여인이 풍기는 것 같은
향기이기에 더 사랑한다.
젊음이 지나간 찔레꽃
중후한 멋이 풍긴다고 우겨본다.
싱싱함이 좋다.
미인처럼 예뻐서 좋다.
향기로워서 좋다.
열매 같은데
이름 좀 알려주세요.
위 사진을 확대 해 보니
이렇게 생겼다.
할미꽃은 가고
자식을 임신하여 품고 있다.
씨앗이 열린다는 말씀이죠.
산속에 은방울 굴러가는
종소리가 들리기에
발길을 옮기니
옹기종기 모여 은방울을 굴리기에
인증 샷으로 찰깍!
요놈은 덤으로 한 장 더 올렸다.
산속에선 지금/오공
연록색 잎사귀가 햇살 머금은
투명잎 손금을 보이며
성인식을 올리는 순간
산속에선 겨우내 참았던 향기를
찔레꽃에게
아카시꽃에게
층층나무꽃에게
방사하도록 허하고
여인네 머릿결처럼
바람결에 진하게 퍼져나가는
향기
산속에선
새들은 새들대로 사랑하라 하고
새끼를 낳아
시집보내는 권리를
허한다.
산속에선
동식물들의 사랑과 고통
슬픔의 찌꺼기를 안고 흐르도록 계곡물을
근임없이 퍼낸다.
미세먼지도 공해도 장마와 태풍도
모두 품에 아우르는
산속은
자연의 어머니로 우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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