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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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괭이밥
어제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하루새 피어난 큰괭이밥 잎이 나래를 펴지도 못했는데 뭣이 그리 급할까? 꽃이 우선이라는 듯 붉은 선이 선명한 꽃잎을 열었다.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걸까? 부끄러움이 많아서일까? 작년까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나그네를 맞이했는데 자라며 고개가 숙여지겠지만 지금은 쑥쑥 올라와 세상밖이 궁금했을까? 예쁘게 담아 달라는 듯 고개를 쳐 든다. 볼수록 매력 덩어리 야생화를 담을때 마다 나그네가 무릅을 꿇지만 앙증스러운 매력에 빠지니 힘든지 모르겠다. 화당리 계곡에서 2023.3.29. 담다. 전국의 숲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잎은 뿌리에서 나며, 작은 잎 3장으로 된 겹잎이다. 작은 잎은 삼각형, 끝은 가운데가 조금 오목하다. 잎자루는 털..
2023.03.31 -
흰괭이눈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었는데 낭랑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바위틈 사이에 쌓인 모래섬에 새 생명들이 꿈틀대기시작한다. 크기는 두어 평 정도로 그 안엔 흰괭이눈과 큰괭이밥, 태백제비꽃을 비롯 개별꽃과 개감수까지 그리운 얼굴들이 쏙 올라오고 있다. 비에 쓸려 내려온 씨앗들이 모인 곳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식물들이 옹기종기 자라고 있어 이 계곡의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그네의 전용 식물원 처럼 삼 년 전부터 이곳을 알게 되었고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이곳에서 물소리에 실려오는 봄소리를 들으며 이 아이들과 눈 맞춤으로 즐거움을 얻고 있다. ▲흰괭이눈 ▲개감수 화당리 계곡에서 2023.3.29.담다. 잎과 줄기에 흰털이 난 식물을 보고 동물을 떠올리기란 그리 쉬운 발상은 아닐 것이다. 특히 전체적..
2023.03.29 -
큰줄흰나비가
반갑지 않은 꽃샘추위가 이틀 지속되니 만물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텐데 그 와중에 큰줄흰나비가 날아 다니니 나비철이 왔음을 느끼게 해 준다. 매화.. 바람결에 퍼지는 향기로 페부를 정화시키고 다닥 다닥 핀 매화가 맛갈스런 밥상을 차리니 벌과 나비들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꽃 틈새로 여러 마리의 큰 줄흰나비들이 보인다. 물론 뿔나비와 네발나비 그리고 청띠신선나비도 보이지만 큰줄흰나비 등장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추위가 시샘을 한다 해도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4월이 눈앞에 보이자 여러 종류의 벌과 나비들 때문에 다쳐있던 나그네 마음에도 봄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3.28. 담다.
2023.03.28 -
잠에서 덜 깬 매화
아픈 지구로 인해 질서를 잃어버린 날씨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봄꽃들 뒤죽박죽 한꺼번에 꽃잎을 터트린다. 언 땅에 봄바람 전령사 매화가 기지개를 켜면 순서대로 피던 뭇 꽃들이었는데 몸살앓이 날씨로 지구의 모든 질서가 무너져 버리니 정신줄 놓아버린 꽃들 올핸 누가 먼저라 묻지도 따지지 않고 나도요 나도요 순서를 뭉갠 꽃들이 피자 인간을 놀라게 한다. 그래서일까? 기개를 잃지 않고 감미로운 향기로 조상들 사랑의 매화였는데 감성에 젖은 시인들에게도 진사님들에게도 화가님들에게도 어쩐담 벌들에게도 덕망을 잃어버린 채 질서의 망각 속에 독보적인 자태 빛 낼 순간을 잃어버린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3.24.담다.
2023.03.25 -
뜨락의 꽃들이 바람났어요.
모처럼 날씨가 풀리고 봄비가 옷깃을 적시는데 용케도 비 맛에 밤새 영차 영차 꽃을 피운다. 어제는 매화가 팝콘을 터트리듯 하나둘 피어나 달콤한 향기를 뿌리며 봄 인사를 하더니 겨우내 비실 거리던 미선나무도 몇 송이 꽃을 매달고 빗물과 입맞춤으로 봄 팡파레를 울리고 축 늘어진 채 주변 눈치를 보던 개나리도 노랑웃음으로 너도 나도 꽃잎을 열기 시작한다. 나무 숲에 숨어 살던 청누루귀도 나두요 나두요 하며 4송이의 꽃을 피우며 잉태의 기쁨을 누린다. 빗물을 매달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나그네 뜨락의 꽃과 나무들.. 며칠 지나면 힘찬 함성으로 봄 잔치가 크게 벌어질 것 같다. ▲미선나무꽃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얻은 두 뿌리의 미선나무지만 관리부족으로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 해마다 약간의 꽃을 피우는데 그 향기..
2023.03.23 -
생강나무
남쪽에서는 꽃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데 울 동네 산골엔 봄 기침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자 잔뜩 움츠려 있던 생강나무가 노랑웃음을 터트린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며 게으른 나그네 발걸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생강나무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하여 생강이란 이름을 얻은 생강나무로 먼발치에서 보면 산수유와 구분하기 너무 어렵다. 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노란색에 꽃 모양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 모습이 다름을 알 수가 있으며 굳이 색감으로 따진다면 노랑이 동색이다. ▲생강나무꽃 위 사진은 산수유의 꽃 모습이다. 납매(蠟梅)·새앙나무·생나무·아위나무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동백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동백나무가 없던 지..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