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0. 12:25ㆍ아침을 열며
눈온날 아침 / 오공
새벽을 깨우는 우리집 숫닭들의 꼬끼오 소리에 잠을 털고 일어나서
문 열어 달라는 닭들의 어지러운 소리에 닭집으로 가 보면 수십마리의
참새들이 닭모이를 먹으러 들어 왔다가 발소리에 놀라 들어온 구멍을
찾아 이리 저리로 날며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장관이고 닭모이 절반은
참새들의 몫인것 같다.
옛날엔 겨울 참새를 잡아 먹었다고 하는데 요즈음엔 먹을거리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잡기 어려워서인지 시골에서도 참새 구어 먹는다는
소리 들어 본적이 없으며 닭들이 베푸는 관용으로 매일 아침 끼니를 때우는
참새들의 치열한 다툼속에서도 눈비가 오던 말던 정원을 점령한 닭들의
사랑 싸움을 보며 하루를 연다.
굴뚝에선 모락 모락 연기를 뿜어내며 우리집을 데워주던 화목 보일러가
배가 고픈지 연기를 뿜어내지 않는다. 몇덩이의 참나무를 보일러에 집어
넣으니 불꽃을 피워내며 온기를 전달하고 이 시간이 되면 화부로 살아가는
뿌듯함도 느끼며 시골 생활에 동화 되는 기쁨도 맛 본다.
밤새 소리없이 눈이 내렸는지 아침 창문을 열면 찬공기에 섞인 눈냄새가
왠지 싫지않게 콧속을 녹이고 은빛으로 뒤덮힌 산들의 모습이 동화속처럼
정겨우나 밖으로 다니려면 눈을 치우며 길을 내는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땀 흘리며 눈을 치우고 길을 내면 해냈다는 뿌듯함과 촌로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도시에 사는 분들은 알수 있을까?
눈이 녹으며 만들어 내는 고드름이 햇살에 수정처럼 빛나고 옛날 어린시절
고드름을 따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놀던 철없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CCTV로 찍힌 뒷마당엔 배고픈 짐승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긴 겨울을
보내는 고달픈 그들의 사는 모습에 마음이 찡하지만 이런 시골풍경이 정겨워
도시의 찌들었던 내 마음을 훌훌 털며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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