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0. 07:19ㆍ나의 글
구르미 머무는 언덕/오공
잣나무 속에 매달아 놓은 새집에선 새끼들을 부화시켰는지 번갈라 먹이
사냥에 나서는 부부새. 새끼들을 부양 하느라 몹씨도 바쁘더니 드디어
시험비행을 위해 새끼들을 재촉하며 새집을 떠나려 한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이란 문패가 서 있는 나의 집으로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꽃 잔디가 상큼한 향기를 뿌리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오시는 손님들에게 분홍빛갈의 봄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
컴퓨터에서 만들어 지는 사진의 마술사 “스위시”를 배우는 날이다.
돋보기를 낀 컴 앞의 내 모습이 옛날 사진에서 보던 어른들의 초라한 촌로의
모습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젊은이 못지 않을 것이다.
원고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집중력이 흩어지는 시점이 오거나
들어보지 못하던 용어가 나올때면 어린아이처럼 선생님을 부른다.
선생님이 누구신가? 수많은 늙은이들을 배출하신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시던가?
기분 나쁘지 않게 알려 주면서도 묘하게 핀잔을 주신다.
잡풀들의 키 재기에 조자룡 칼 휘두르듯 뽑고 베어 버리는 전쟁터가 텃밭이다.
농약하곤 친하려고 하지 않지만 땀과 더위에 지칠 때면 농약의 유혹이 혼란
스럽게 몰려온다. 결론은 무농약으로 자연을 지키고 풀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서너 번 집사람과 여러 취미생활로 시간을 보내며 돌아 다닌다.
음치 박치 몸치 컴맹 탈출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귀촌하여 시골생활을
즐기려면 면소재지에 나아가 여가 활동을 통해 사람을 사귀는 재미도 솔솔하다.
야생화들이 부르고 산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산으로 산책을 하며 하루를 열어간다.
집에서 연결된 임도로 나가면 지금 한창 산딸기들이 빨간 입술로 입맛을
자극하고 숲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와 향기로 정신이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뜨락에선 수많은 화초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사열하듯 들여다 보면
장미꽃이 웃음을 터트리고 달맞이꽃들이 노란 눈빛으로 인사를 건넨다.
백합들이 꽃 봉우리를 내밀고 해당화가 가는봄 아쉬운지 이별의 향기를
바람결에 뿌리며 마지막 꽃잎을 힘없이 떨어트린다.
오늘 우리 집에 많은 분들이 모여든다.
집 사람의 민요 교실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인들은 민요를 배우기 위해서 오고
남편들은 민요교실이 끝날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온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이 하룻동안 예술인촌으로 변했다고 깔깔 웃어댄다.
비 내릴것 같은 아침이다. 집사람과 서둘러 텃밭에 나가 얼갈이 배추와 열무
그리고 상추를 한 아름 다듬어 우체국 에서 친구에게 택배로 보낸다.
친구 아들 녀석이 무공해 무농약의 야채를 너무 사랑한다고 하기에 아들에게
보낸듯 보내며 알다가도 모를 미소로 행복에 겨워한다.
작년 3월말 집사람이 암 판정으로 수술과 6번의 항암,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13번째의 표적 주사를 맞았으므로 뜨락의 모든 꽃들이 웃음꽃을 활짝 피는
9월쯤이면 치료를 끝낼 예정이다.
다행이랄까? 산골 잣나무 숲속안에 집을 지어
살아보니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귀촌해서 누리는 행복과 자연이 베푸는
헤택에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안고 세월에 밀리듯 덤으로 살아가는 노인들과 도시의
방황자들에게 귀촌을 권해 드리고 싶다. 결심하기가 어렵겠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살수있는 곳이고 도시에서 누릴수 없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건을 만들어서라도 꼭 시골로 오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행복이란 무엇이고 행복은 어떻게 생겼을까?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산속으로 빠져드는 일몰을 보면서
내 마음의 수채화로 나름의 행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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