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상념
2020. 1. 23. 22:39ㆍ시 같은 글
겨울상념/오공
거실 너머엔
숨 막힐 미세먼지에
멍하니
실루엣 같은
온통 발가벗은
나목들
죽은 듯 고요한
잔디밭 저쪽
닭장엔
참새들만
신이난듯
이 잡듯 넘나들고
꿈속에서나
설국이 보이던데
잊혀진 겨울
쌩쌩 바람만
귀때기 칼베듯
스치니
먼지만 풀풀
슬픔에 잠긴
대지는 살아있을까?
고요속 태풍처럼
겨울이 마냥
졸고 있기에
쌀 한줌
땅콩에
닭모이 줄줄 뿌려 놓으니
참새들도
직박구리도
고양이들도
배 곯던 아이들
쎈놈부터
차례로
웬 떡이냐
눈치 싸움에
생기가 넘쳐난다.
길고양이
얼마나 배가 곺으면
쌀도 땅콩도 닭사료도
모두 먹어버리니
생선의 대가
체면에 똥칠을 한다.
다른 새들은 애가 타는지
주변에서 빙빙 돈다.
고양이가 첫번째 쎈 놈이기에.
직박구리
이 아이도 잡식성일까?
배가 곺아서일까?
쌀을 공기돌처럼
갖고 논다.
두번째로 쎈 놈이다.
이 아이는 땅콩에
심취헤 있고
고양이가 먹고
직박구리가 남긴 모이에
참새들이 몰려온다.
거실의 창유리 두장너머
색을 입힌 유리창 밖엔
햇살이 넘쳐나고
촬영술이 어눌한지라
요령껏 생각하시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