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 구정맞이
2016. 2. 4. 07:54ㆍ시 같은 글
피난길 구정맞이 / 오공
문풍지가 울어대고
문고리에 손이 쩍 달라붙는 동장군
피난길 구정이 밝아 오면
울 부모님이 사놓은 양말 한 켤레
신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제대로 설쳤었지.
구정날 달달볶은 기름진 음식으로
속수무책 드나들며 밑이 내려보이는 똥뚜간(뒷간)
황소바람에 엉덩이가 얼어붙는 고통이었지.
추위로 시커먼 손등이 갈라지고
누렁콧물 훌적거리며 닦아낸 양소매가
유난히 번들거리던 시골 아이들
어린시절 고통스러웠던 명절
추억으로 바라보니
지금의 밋밋한 명절보다
동기간의 끈끈한 정이 철철 넘쳐 났었지
못 먹고 소박했던 피난길 어린시절
정월 대보름날로 이어지는 신명났던 구정이었기에
그립도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