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이여!물한계곡이여

2012. 4. 25. 15:35산행과 산행기

 

                                   민주지산여! 물한계곡이여/오영상

 

죽전 정류장은 산행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불볕더위도 흐르는

세월 앞에선  주춤거리며 가을을 준비 한다. 그래서 일까?

안보이던 많은 회원님들이 모여 들면서 인사에 여념이 없다. 정겨운 모습 들이다.

 

민주지산은 상촌면을 지나 물한리 계곡을 끼고  오른다.. 

상촌면은 이 고장의 특산물인 호두와 곶감으로 유명하단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녘엔 노란 물결이 풍년을 노래 하지만 평화롭던

이곳에도 고속철이 빠르게 지나간다. 수많은 굴들과 우중충한 시멘트 

기둥들이 속내를 드러내면서 아름답던 이곳 시골 풍경을 폐허로 몰아간다..

 

 계곡 따라 물소리 들으며 서서히 민주지산을 오르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원색의 리본 들이 산행코스를 유혹한다. 9월 첫 번째 산행이라 회원님들도

발 거름이 가벼워 보인다..속세골 에선 매미들이 합창하며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지만

귀와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호홉이 거칠도록 한 시간쯤 올랐을까? 앞을 올려다보니

산이 꼿꼿이 서서 우리들을 내려 다 보고 오르는 걸음마다 숨이 턱에 찬다.

 

왼쪽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 으로 가고 오른쪽은 민주지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몇몇은 민주지산의 멋진 위용을 보고파 달려갔으나 볼품없는 봉우리에 삼각점도

아닌 15 라고 표시된 돌 말뚝이 쓸쓸히 일행을 맞았다고 한다. 민주지산의 푯말은

어디로 이사를 갔단 말인가? "산행개념도" 대로의 산행이라면 이곳이 민주지산 이어야 맞다....

산행코스가 잘못 된 것을 아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곳은 이름없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했다..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매미와 산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밋밋한 산행이 이어진다.

대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춤추며 우리일행을 반긴다.  그래도 가을 풀냄새에

취하고 주변풍광에 젖어 이야기꽃을 피우며 도착한 곳엔 무인 대피소가 보이고

먼저 도착한 회원님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식사 삼매경에 빠져 있다. 우리들도

자리 잡고 앉아 공청수님의 요리솜씨를 감상한다. 꽁치 끓는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며 앵초 님과 자비안 님의

야생화 공부를 귀동냥한다 드디어 진범[야생화]를 찾게 된다. 꽁치찌개와

한잔 술기운이 혀끝을 자극하며 식욕을 부른다. 모처럼만에 포식이다..

 

볼품없는 민둥산위에 올라서니 민주지산[1241.7m] 이란 푯말이 덩그러니 서 있고 정상엔 

날 개미떼가 미리 점령 무차별 공격이다.. 그 와중에도 회원님이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날 개미떼를 피해 석기 봉 쪽으로 산행을 시작 한다..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곳이

석기봉 가는 길이다.. 그쪽으로 가야할 여성회원 한분이 그만 대불리쪽[무주군 설천면]로 내려간다. 

 대불리 쪽을 내려 다 보고 있던 다른 회원님이 우연히 발견하여 모셔오는 혁혁한 무공을 세운다.

그곳으로 내려가면 우리와 반대 산행이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철렁거린다.

 

멀리 석기봉과 삼도 봉으로 이어지는 호쾌하고 웅장한 산줄기가 거침없이 뻗어 내려간다. 

남쪽으로는 덕유산이 장쾌하게 흐르며 백두대간의 줄기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물한계곡이

보이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작은 마을들이 그림처럼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석기봉[1200m]이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코스와 우회하는 코스가 있다.

일행은 우회하는 코스로 움직여 나간다.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좁은 길을 헤치고

빙글빙글 돌아 푸른색 텐트가 있는 곳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여성한분이 떠주는 물로 갈증을 풀어 본다. 아하!  어찌할꼬?  이곳이 삼두마애석불이

조각되어 있는 곳인데 물만 받아 마시고 그냥 지나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 가 있을까?

 이 석불은  머리 부분이 삼단으로 조각되어 삼두마애석불 이라 부르며 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절터로 추정 된다. 다음 산행에서 잊지 않고 부처님을 뵈러 올 것을 다짐 해 본다.

 

멀리 삼도봉[1177m]에서  먼저도착한 일행이 손짓하며 부른다. 내려가면서 정자 옆을 타

산악회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삼도봉에 오르니 무주와 영동 일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환상적인 풍광과 평화로움에 잠시 넋을 잃는다. 삼도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말씨로 정을

나눈다는 삼도봉, 몇 장의 기념촬영을 끝으로 삼마니재로 발길을 옮긴다. 높고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물한리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초입이 미나미골 이다. 사거리인 삼마니 재 옆으론 수많은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가을을 노래한다.. 머지않아 이 골짜기에도 눈이 시리도록

형형색색의 단풍이 자태를 뽐낼 것이다. 내려 갈수록 물폭이 점점 넓어진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주변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원스레 흐른다. 깊은 소 와 계곡물 줄기가

아름다움을 만들며 떨어지고 폭포수에선 안개비를 만들어져 우리들의 찬사를 받는다.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이 사열하듯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맑은 산소를 마시며 걷는 숲속의 

긴 산행이 건강을 담보한다.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는 멋진 산행이다..

 

이제 6시간30분에 걸친 산행의 대단원 막을 내린다. 여성회원님들의 계곡물 발 담금으로

피로를 풀고 땀에 저린 옷을 훌렁 물로 뛰어드는 남자 분들의 몸탕이 피로를 몰아낸다...

산신령께서 용서하리라 믿는다. 황룡사 쪽으로 내려오면서 길게 설치한 철조망이 물한리

계곡의 절경을 망쳐놓는다. 언제쯤 이 철조망이 철거되고 아름다운 계곡으로 다시 태어날까 !

물한리 계곡은 토지 이용 상 관광휴양지역으로 고시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스키장과 골프장이

 어제든지 들어 설수 있는 곳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산들은 자연 그대로 보전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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