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개월만에 임도를 걷다.
팔개월만에 임도를 걷다.
장맛비가 그친 백운면 화당리의 뱃재고개 임도를
팔 개월 만에 찾는다.
나그네의 오랜 공백에서도 산속은 하루가 다르게 그림을 그리고
푸르고 푸른 산속에서 부는 바람이 전하는 싱그럽고
향기로움이 온몸으로 기분좋은 전율을 느끼게 하고
이름모를 새소리와 냇가의 물소리가 어울러져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산속에 퍼져나가고 그 무대를 관람하는 나그네
나비들을 찾는 발거름도 가볍기만 하다.
푸르름에 덧칠한 나뭇잎들의 검푸름 속에 어우러진
잣나무에서 쏟아내는 피톤치드는 나그네 피부 속으로 깊게 스민다.
그 기분 묘하게 참 좋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들의 그늘막이 오아시스처럼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임도
비로 인해 흉한 모습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나그네를 반기는 숲 속
별박이세줄나비도 왜 이제 오셨냐고 격하게 반기는데
등산화에 바짓가랑이 이곳저곳에 코를 박는 모습
나그네를 환영하며 반겨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발자국 옮길때마다 햇살 사이로 보랏빛 엉겅퀴가 주변을 수놓지만
줄기마다 진득이가 우굴거리며 못살게 구는데
걱정스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세상살이기 다 그러하다는듯
긴은점표범나비는 먹거리가 넘치는 꽃 위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나그네에게 포즈를 취해준다.
그늘 속에서 하얀 꽃이 눈에 들어온다.
끝물로 보이는 몇 송이의 산목련이 붉은 목젖을 내밀며 환하게 웃는다.
도도한 여인의 은은한 향기가 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장맛비에 슬픈 듯 망가진 모습이지만 산나리도 나그네를 반기고
큰 까치수염에 앉은 큰줄흰나비도 환영의 빵파래를 울린다.
인간들에게 맑은 공기와 푸르름을
동식물에겐 사계의 아름다움을
맘껏 품어주는 어머니 품 같은 산속
이런저런 핑개란 족쇄를 풀고 맘껏 임도를 걷고싶다.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 뱃재고개 임도에서
2025.6.22.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