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비오는 날 뜨락에 앉아 커피향에 빠지다.

오공사공 2025. 5. 17. 19:20

 

 
 
 

비 오는 날 뜨락에 앉아 커피 향에 빠지다.
 
집사람이 작년 12월 15일 안면신경마비의 진단을 받고
일요일만 빼고 3개월간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안면마비가 안 풀리자 수술을 결정한 후 체크업센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심장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중단할 정도였지만
 
초음파 및 혈액검사 결과 심장에 문제가 있지만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결과에 따라 3월 18일 수술을 하게 되고 그 후
눈 감김과 입모양이 좋아져 너무 기쁜데 기뻐할 시간도 없이
다시 위장에 혹이 발견되는데 암이 아니라는 진단결과가 밝혀질 때까지
마음 졸인 고통은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찬조출연이랄까? 작은 사건이지만
이 와중에 오복이라는 멀쩡하던 어금니가 부러지고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건강문제가 연달아 생긴다.
임플란트 기초공사를 끝내니 8월에 완성하잔다.

 
가정의학과에서 일주일 전에 찍은 ct결과 췌장에 2.2cm의 혹이 발견
죽음의 늪으로 빠지는 고통을 겪게 되는데 소화기내과로 보내져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mri를 찍고 혈액검사 후 일주일 후인
5월 15일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소화기내과 의사님 왈 결론부터 말하면 암이 아니니 기뻐하란다.
 평생 걱정 안 해도 되는 물혹이라는 말에 의사를 얼싸안고
이 세상을 다 얻게 된 기분으로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작년 12월부터 오늘까지 약 6개월간의 시간은 6년보다 더 긴 시간으로
느껴졌으며 팔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 난생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뒤숭숭한 꿈자리
슬픔이 물밀듯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혼자되었을 때 짝 잃은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등
억만 가지 생각이 엄습해 오는데 
지옥을 오갔던 고통이 지금도 맘속에 맴돌고 있다.
 
작년 이맘때가 되면 나그네는 동네 임도를 찾아
혹은 귀한 나비를 찾아온 산을 이 잡듯 뒤졌을 텐데
올해는 그럴 여유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약간의 비대칭 때문에
매일매일 물리치료를 받으며 한 달 이상은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감에 언제 아팠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나그네의 간사한 마음이 얄밉기만 하다.
이제 겸허하게 남을 이해하며 살고자 한다.
 
※췌장암에 걸리면
현대의술로도 15% 정도만 살아남는다고 하는데
거의 죽음을 선고받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5.5.16. 담다.